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세대학교 김근수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고체 물질 속에서 전자가 액체의 특징과 고체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전자결정’ 조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 물리학의 오랜 난제인 고온초전도체 및 초유체 현상의 비밀을 풀어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글로벌 리더연구)의 지원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네이처(Nature)'에 10월 17일(현지시간 10월 16일 16시, GMT) 게재됐다.
고체 물질 속에서 원자는 규칙적인 배열을 이루어 움직일 수 없는 반면, 전자들은 마치 기체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전압을 걸어 전자들의 흐름을 만들어 주면 전류가 발생한다.
전자들이 서로 밀어내는 힘을 고려하여 전자들이 규칙적인 배열을 이루어 움직일 수 없는 전자결정 상태는 노벨 물리학상(’63년) 수상자인 유진 위그너가 제안했다.
전자를 결정상태로 만들 수 있으면 고온초전도체나 초유체와 같은 난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수십 년간 물리학의 주요 화두가 됐고, 그동안 전 세계의 수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해왔다.
연구팀은 지난 ’21년에 알칼리 금속을 첨가(도핑)한 물질에서 액체의 성질을 가진 전자 상태를 발견했고, 연구성과는 역시 네이처지에 게재된 바 있다. 연구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첨가(도핑) 농도를 조절하는 등 후속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한 결과, 특정 첨가(도핑) 농도에서 액체의 성질뿐만 아니라 고체의 성질도 동시에 갖는 전자결정 조각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발견한 전자결정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방사광가속기와 각분해광전자분광 장치를 이용하여 전자의 에너지와 운동량을 정밀 측정했고, 미세한 전자결정 조각이 존재할 때 나타나는 독특한 불규칙성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마치 액체결정(액정) 상태와 같은 전자결정 조각을 발견한 세계 최초의 연구 결과이며, 관측된 불규칙성은 물질의 점성이 사라지는 초유체의 특징과도 유사하다.
김근수 교수는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전자의 규칙적인 배열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이분법적으로 인식해 왔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짧은 거리의 배열만 존재하는 제3의 전자결정 상태를 인식하게 됐다는 점에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근수 교수 연구팀의 이번 성과의 기반이 된 ’21년 연구성과 역시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의 지원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선행 연구의 성과가 후속 연구를 통해 심화·발전되어 자연 현상의 근원에 더욱 근접한 연구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지식의 탐색과 확장”이라는 기초연구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국내 연구생태계를 더욱 튼튼히 할 수 있도록 내년 기초연구 지원 사업을 역대 최고 수준인 2.34조원(정부예산(안) 기준, 국회 심의중) 규모로 편성하고, 조만간 사업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